오늘 아침 일간지를 통해 지인 한분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향년 XX의 일기를 마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소천하셨기에 삼가 부고합니다” 하는 문구 속에 XX라는그 나이가 새삼스럽게도 크게 다가온다.

1990년대 중반, 물론 그 교회는 교인수가 많아 그렇기도 했지만,아마도 거의 매주같이 환갑잔치가 열렸던 기억이 있는데,요즘은 칠순잔치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그래서 그런지 그때만 해도 부고란에 향년 70세 또는 75세도 많았던 것 같은데,요즘은 거의가80은 넘었고 많은 경우 90 이상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이런 추세 가운데서 최근 유엔이 전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에 대한 측정결과를 토대로연령을 5단계로 구분했는데, 65세까지는 청년에 분류된단다. 18세~65세는 청년이고, 66세~79세는 중년,그리고 80세~99세까지가 노년이라고 분류하고 있다는데,그렇다면 나는 한창 청년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아침의 부고소식 외에도 지난 2-3개월동안 다른 두 지인의 별세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한분은65세 그리고 또 다른 한분은48세다.너무 젊다.아니 유엔의 분류대로 하면둘 다 청년에 속하기에,젊어도 너무 젊고,특히 별세라는 말과는너무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 같이 느껴진다.개개인의 신앙에 따라 무척이나 허망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서기 2000년을 앞두고 벌어진 Y2K와 밀레니엄 버그 해프닝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이제는 그 모든 일들을 다 뒤로 하고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세월의 유수함이다.이렇게 빨리도 흘러가는 세월은,우리가 48세를 넘기고 65세를 안전하게 넘긴다 할지라도 금방 우리를 따라잡는다.우리는 결국 그 세월에 삼킨바될것이고,우리 또한 부고의 주인공들이 될 것이다.

 

우리 가족과 비슷한 시기인 1970년대 중반에 미국으로 이민 오셔서,정말 고생도 많이 하셨고 또 열심히도 살아오신 사촌누님께서,몇 해전 우리 부친의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넋두리 반,깨달음 반 같은 말씀을 뇌아리셨다. “이렇게 다 가는건데… 이렇게 다 그냥 가는건데, 왜 그리도 죽도록 버둥버둥거리면서 살아왔는지…!”

 

(시 90:10)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 90:12)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우리가 이 같은 인생에서 지혜롭게 살아가자면,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을 계수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인데…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인생의 날들을 “계수”한다는 것이, 단순하게 날짜를 1-2-3 Count 하면서 센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주목해야 한다.

 

아니 오히려 이 말은, “The Purpose and Meaning of Life” 즉 “삶의 목적과 의미”가 무엇이며… 우리의 수명의 뜻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달라고 하는 간절하고도 진지한 호소이다.

“…fortheyquicklypass, and weflyaway-우리의 년수가 70 이요 강건하면 80 이라도…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라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 인생의 덧없음과 짧음을 깊이 숙고하면서, 인생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가를 깨닫고 배우게 해달라는 진지하고도 간절한 간구인 것이다.

 

우리 모두 2020년 새해에는 세월의 허망함만을 탓하지 말자.

흘러가는 세월의 유수함 가운데 나를 무책임하게 내버려두지 말자.

반면에,우리의 날을 계수하는 지혜로운 마음을 얻는 사람이 되어가자.

[안요섭 선교사] 2023년에 보내는 첫 번째 선교편지
땅따먹기 놀이와 대강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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